큐블리케이션 잔혹사

고영성은 각종 표절 행각이 드러나면서 더이상 본인 이름으로 책을 내지는 못하고, 로크미디어에서 해외 판권을 사들여와 번역서를 내는데 치중하고 있다. ‘큐블리케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서, “해외 양서를 정말 엄선하고 또 엄선한 다음에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한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당뇌고)>와 같은 잡서를 거를 안목도 없고, 어쩌다 괜찮은 책을 골라도 <폭군>이나 <유러피언>에서 드러났듯이 ‘발번역’으로 원작을 망쳐놓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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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영양의 비밀>(로크미디어, 2020.6.10.)에서 로크미디어 번역서 출판 사업의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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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비밀>은 글루텐 프리 보충제 광고 같았던 <당뇌고>(로크미디어, 2019.8.21.)나, 건강과 장수를 보장한다는 각종 다이어트를 내세운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오젊건죽)>(로크미디어, 2019.11.13)을 비판하고 있다. 즉, “엄선하고 또 엄선했다”는 책들끼리 치고받고 난타전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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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성은 로크미디어의 번역서 출간 일정에 맞춰 ‘강의’를 빙자한 광고를 찍고 있는데, 새 책을 광고할 때마다 본인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당뇌고> 팔 때는 ‘뇌 건강을 위한 레시피 레시피’를 선전하고, <오젊건죽> 팔 때는 ‘장수 프로젝트를 위한 식단’ 선전하다가, <영양의 비밀> 팔 때는 “건강 식단이라는 것은 있기가 쉽지 않다”며 자신이 했던 말을 스스로 부정한다.

그동안 숱하게 자가당착에 빠져도 비웃음만 사고 말았는데, 건강 문제를 놓고서도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선무당이 사람 잡을까 두렵다.

<영양의 비밀>은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다. 로크미디어가 번역하기 전까지는.

‘종교가 된 다이어트’라는 꼭지만 살펴보자.

<영양의 비밀> — 요즘의 우리는 뇌 발달의 차이가 '인식', '믿음', '행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안다.

<Nourishment> — Today, we know differences in brain development are responsible for how creatures perceive, believe, and behave.

인식/믿음/행동의 차이가 뇌 발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원문을 거꾸로 번역해놨다.

그런 네트워크가 뇌를 포함한 몸 전체의 장기를 구축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 연결된다.

These networks form as organ systems throughout the body, including the brain, become linked with the social and physical environments where we live.

뇌를 포함한 몸 전체의 장기들이 우리가 사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 연결될수록 그런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뜻인데, as는 못 본 척하고 become은 억지로 갖다 붙여서 해석했다.

'친환경'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커피 역시 그렇지 않은 일반 커피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Coffee labeled 'ecofriendly' tastes better to people than identical unlabeled coffee.

'그렇지 않은 일반 커피'가 아니고, 친환경 라벨을 붙이지 않은 동일한 커피!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기에 대한 믿음이 몇 번 바뀌었다.

Beliefs about meat have changed during my lifetime.

이어지는 문장들에서 저자의 믿음이 아니라 대중의 믿음이 변해왔다는 얘기였음이 분명하다.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앨런 레비노비츠는 <글루텐의 거짓말>에서 이 수도승들을 비롯한 모든 다이어트 전문가들에게 다분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In <The Gluten Lie>, Alan Levinovitz, faculty member at James Madison University, contends monks, like all diet gurus, used a time-honored prescription.

Alan contends (that) monks used a prescription. 간단한 문장인데 어찌 저렇게 번역하는지... 앨런은 수도승들이 전통적인 처방(수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는 뜻이다.

잘 팔리는 다이어트 책을 꼼꼼히 읽어 보면, 건강과 장수를 보장하는 '특수 다이어트'에는 어김없이 '건전한 과학'이 등장한다. 그들이 좋은 의도로 그런 책을 썼을 거라 믿는다고 할지라도, 과학에 근거한 독단적인 믿음이 과학적 지식은 불완전하며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Peruse any bestselling diet book and you'll find authors portray their advice as sound science while they make a case for their 'special diet' to promote your health and longevity. While their intentions may be good, dogmatic belief in a science-based diet doesn't reflect the fact that scientific understanding is ever incomplete and changing.

<당뇌고> 같은 잡서를 비판하는 대목인데, 번역 때문에 밋밋하게 들린다.

잘 팔리는 다이어트 책을 꼼꼼히 읽어 보면, 저자들은 건강과 장수를 촉진하는 특별 식단을 선전하면서 그들의 권고가 마치 견실한 과학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들의 의도는 선할 지라도, 과학적인 식단에 대한 교조적인 믿음은 과학적 이해는 불완전하며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구체적인 현실, 혹은 우리의 믿음보다는 신화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Then, as now, the appeal of dietary fads had much to do with myths, not facts, and people's beliefs.

그당시 유행하던 식생활의 매력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팩트가 아니라 신화나 사람들의 믿음과 더 깊은 관련이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계속 대중의 (근거 없는) 믿음에서 비롯한 다이어트 얘기를 계속 했는데... 어떻게 저 문장에서 belief를 myth와 묶는 대신에 fact와 묶을 수 있는지?

단 세 페이지만 살펴봐도 오역이 너무 많다.

로크미디어의 번역서는 믿고 거르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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