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번역 폭망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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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살펴본 로크미디어의 번역서 <유러피언>의 처참한 번역/편집 수준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번에는 <폭군>을 살펴보기로 했다. 고영성과 신영준이 완벽한 번역을 자신한 책이기 때문이다.

고영성과 신영준은 이 책의 번역을 점검하여 1~2% 미진한 점이 발견되자 출간일을 늦춰가면서까지 완벽을 기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이 책도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폭군> — 그들의 책상 위에 계산과 예측의 보고서들이 책상에 쌓여 있고, 많은 돈을 들여 운영하는 스파이 조직과 고액의 봉급을 받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눈먼 사람처럼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Tyrant> — Notwithstanding their desks piled high with calculations and estimates, their costly network of spies, their armies of well-paid experts, they remain almost completely in the dark.

책상이 두 번씩이나 들어가고,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군대’라니? ‘armies of’는 군대가 아니라 그저 수가 많다는 뜻이다.

여러 해 동안 여왕은 신하들이 겉으로는 국교를 지지하는 것처럼 표방하면서도 속으로는 가톨릭 신앙을 허용해 왔다.

For many years she allowed her subjects quietly to hold on to their Catholic beliefs, provided that they outwardly conformed to the official state religion.

가톨릭 신앙을 어떻게 하는 것을 허용했다는 말인가? ‘hold on to’를 빼먹었다.

—> ~ 가톨릭 신앙을 고수하는 것을 허용했다.

메리 자신도 그녀 자신에게 일부 음험한 음모를 재가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

Mary herself was foolhardy enough to sanction sinister designs on her behalf.

끔찍한 문장이다. 차라리 “Mary 자신은 그녀를 대신하여 사악한 계획을 승인할 정도로 무모했다”로 번역한 파파고가 낫다. 여기서 ‘그녀를 대신하여’보다는 ‘그녀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정도로 의역하는 게 더 좋겠다.

<헨리 5세>에서 지나가듯이 ‘장군’을 언급한 것은 관계 당국의 반응을 촉발하지는 않았다.

The uncharacteristic contemporary reference to the ‘General’ in Henry V does not seem to have provoked an official response.

‘지나가듯이 장군을 언급한 것’ —> 평소답지 않게 동시대의 장군을 언급한 것

셰익스피어는 <헨리 5세>에서 에식스 백작을 직접 언급한 이후에, 그의 드라마 전편을 통하여 정치적 사상의 표현에 대해서는 아주 신경을 썼고, 설혹 그런 사상을 품고 있었더라도 그늘 속에 안전하게 감추어 두었다.

Shakespeare's direct allusion in Henry V to the Earl of Essex drew attention to searching political reflections throughout his plays that were safer left in the shadows.

번역이 아니라 날조를 하고 있다. 일단 직역하면 이렇다.

셰익스피어가 <헨리 5세>에서 에식스 백작을 직접 빗대어 언급한 것은 그의 희곡 전반에 걸쳐 그늘 속에 남겨져 안전했던 정치적 성찰들을 뒤지도록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렇게 사물이 주어인 문장은 우리말로 옮길 때 사람이 주어가 되도록 고치는 게 자연스럽다.

셰익스피어는 <헨리 5세>에서 에식스 백작을 직접 빗대어 언급함으로써, 그늘에 남겨두는 편이 더 안전했던 정치적인 성찰들을 사람들이 자신의 희곡 전반에서 찾아보게끔 관심을 유도했다.

그는 호국공 주위에 하나둘씩 설치하는 덫을 멈출 힘이 없다.

He is powerless to stop the traps that are being sprung one after another.

“연이어 터져나오는 덫을 막을 힘이 없다.” 파파고가 낫다니깐!

심지어 오역을 넘어 불가사의한 현상까지도 관찰된다.

보라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원서에는 안 나온다. 원서는 <헨리 6세> 2부, 3막 1장의 275-277행을 인용했는데, 이 부분은 273-274행에 나오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원서에도 없는 문장을 도대체 어떻게 번역했을까?

273: But I would have him dead, my Lord of Suffolk,
274: Ere you can take due orders for a priest:
275: Say you consent and censure well the deed
276: And I’ll provide his executioner
277: I tender so the safety my liege.

원서에는 없는 문장까지도 번역하는 불가사의!

원서에는 없는 문장까지도 번역하는 불가사의!


‘발번역’은 끝없이 이어진다.

존(혹은 잭) 케이드가 바로 그 행동 대장이었다.

John (or Jack) Cade was an actual person.

‘행동 대장’ —> 실존 인물

실제로 요크는 어느 한순간 왕위에 앉았다가 빨리 일어서서 내려오라는 압박을 받았다.

At one point he actually seats himself on the throne, though he is quickly forced to step down.

‘일어서서 내려오라는’ —> 물러나라는

되돌아보면 클래런스의 죽음은 엄청난 예언의 힘을 가지고 있다.

In hindsight, Clarence's dream had a horrible premonitory power.

‘죽음’ —> 꿈

새벽 4시, 한 전령이 헤이스팅스 경의 강한 집 문을 두드리면서 스탠리 경이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보고한다. "그는 멧돼지가 그의 투구를 들이받아 떨어트리는 꿈을 꾸었다."

At four a.m., a messenger beats at the door of the powerful Lord Hastings to report that Lord Stanley has had a nightmare: 'He dreamt the boar had razed off his helm.

‘강한 집 문’???

그의 뒤를 봐주게 되어 있는 정보원 케이츠비는 헤이스팅스가 생각한 것만큼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His informant Catesby, watching out for his own interests, may be less securely in his pocket than he imagines.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 그에게 좌지우지되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람들은 선거에 의한 군주제가 아니라 세습 군주제 시대에 살고 있었으므로, 셰익스피어는 스토리의 이 부분(선거 부분)은 약하게 처리하거나 아예 빼버렸으면 더 그럴듯했을 것이다. 설사 모어의 역사서에 선거 얘기가 분명하게 나오더라도 말이다.

Since Elizabethans lived their lives in a hereditary--not elective--monarchy, it might have made sense for Shakespeare to downplay or eliminate this part of the story, as he found it in More.

모어의 역사서도 선거 부분을 약하게 처리했다는 뜻을 정반대로 왜곡해놨다.

또 다른 구경꾼은 이렇게 말한다.

Notes this same bystander:

‘또 다른 구경꾼’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구경꾼! 참 틀리기도 힘든 걸 억지로 틀린다.

그러나 그의 권력, 부, 완벽한 뻔뻔스러움 덕분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여자에게 달려들 수 있다. 그 여자는 리처드를 아주 혐오스러운 자라고 생각한다.

But his power, wealth, and sheer brazenness permit him to seize upon someone he wants, even someone who finds him repellent.

정말 혐오스러운 번역이다. 문장을 괜히 둘로 쪼개서… “그러나 그의 힘, 부, 순전히 뻔뻔함은 그가 원하는 사람, 심지어 그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게 한다” 파파고가 정말이지 훨씬 낫다니깐! ‘그가’만 ‘그를’로 고치면 완벽하겠다.

1952년과 1953년에 초연된

first performed in 1592 or 1593

초연이 두 번 있을 수 있나? 정말 일부러 틀리기로 작정한 것 같고, 로크미디어 편집자(라는 게 있다면)는 일부러 못 본 척하는 것 같다.

그들의 운명이 섬뜩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남들보다 한 수 위의 술수를 보이고, 거세게 몰아치고 음모를 꾸미고 배신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도덕적 휴가를 즐기게 된다.

Even if their fates are ghastly, it is satisfying to see them get their comeuppance, and as we watch the schemer bluster and connive and betray his way to the top, we are invited to take a kind of moral vacation.

‘한 수 위의 술수’는 도대체 어디에 나오는지? 그들의 인과응보를 지켜보는 것은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잘못된 문장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보다, 온전한 문장만 나열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 그만큼 <폭군>의 번역과 편집은 총체적인 난국이다. 편집자가 한 번만 읽어봤더라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엉터리 문장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저런 상태로 출간할 생각을 했을까?

로크미디어의 번역서는 믿고 거르는 게 답이다!

로크미디어는 2주에 한 권씩 번역서를 찍어낸다.

로크미디어는 2주에 한 권씩 번역서를 찍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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