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주례사? 무개념 막말!

내가 신영준 씨를 처음 접한 것은 그의 주례사를 통해서였다. 동업자 이웅구 씨의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하는 영상을 ‘인생 선배의 개념 주례사’라는 제목을 붙여 그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는데 8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영상 덕분에 신 씨는 세바시 강연자로 진출하는 등 유명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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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이 ‘개념 주례사’가 불편했다. 신랑과 나이 차이도 안 나면서 (34세) 결혼 생활을 5년도 해보지 않은 신 씨가 주례에 나선 것이 마뜩잖았고, 무엇보다 주례사는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신부에게 건네는 당부임에도 신 씨의 시선은 시종일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어서 도무지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의심은 점점 굳어졌다.

“보통 뭐라고 표현하죠? 남편들이? ‘나도 열심히 육아에 참여하겠다. 열심히 육아를 돕겠다.’ 이런 말을 하죠. 이건 잘못된 표현입니다. 육아는 아내가 전적으로 하고 남편이 돕는 게 아니라, 똑같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드리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육아를 감당하는 아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주례사는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당부한 점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 정작 신 씨는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은 처부모가 아이를 봐주러 따라오지 않으면 짧은 여행도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처부모가 애 봐주러 따라오지 않으면 여행도 가지 않는다는 남자의 육아 참여도는 얼마나 될까?

처부모가 애 봐주러 따라오지 않으면 여행도 가지 않는다는 남자의 육아 참여도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마침내 신 씨의 막말 강연 소식을 접하고 그의 ‘개념 주례사’가 진정성 없이 그저 연출된 것임을 깨닫게 됐다.

“존나 개병신이야. 근데, 솔직히 내가 여자애들한테 얘기하는데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훨씬 나아. 여자애들이 읽은 책 남자애들이 읽은 책 내가 정확히 알아. 남자애들은 그래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많이 읽어. 여자애들은 재미로 읽는 책만 되게 많이 봐. 독서량은 여자애들이 많을지언정, 읽는 책은 예를 들어 조던 피터슨 책 <인생 12가지 법칙> 20대 남자애들은 읽는데 여자애들은 안읽어. 그래놓고 페미니즘 외치는거야. 개소리하지마. 어림없어. 그 <82년생 김지영> 좋은 책인데 제목만 바꾸면 돼 62년생 김복자로. 그러니까 82년생, 내가 82년생이거든? 그런 일 여자들이 겪은 적이 없어. 그런게 여러분을 속이고 선동하고 기만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그랬다면 내가 눈물 존나 흘리겠어 진짜. 왜냐면 아저씨가 딸이 있기 때문에 되게 페미니스트야. 엄밀히 말하면.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스트 말을 입에 담기도 싫어. 다 왜곡돼 있어. 여성우월주의. 여성 그 뭐랄까. 핍박에서 벗어나는 해방감. 이런 걸로. 여러분 페미니즘이 무슨 뜻인지 알아? 모르지? 평등이야 평등. 평등주의를 페미니즘이라고 하는거야. 다 원래 다 모든건 페미니스트여야돼.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말 쓸 수가 없어. 근데 외국도 똑같애. 그러니 조던피터슨한테 개털리는거야. 아저씨 되게 조던피터슨과거든. 개털어주는 스타일이거든. 응? 헛소리했다간 개털리는거야. 왜냐면은 우리나라 여성이 너무 취업 시장에서 너무 유리한게 많아. 여성만 뽑는 데가 너무 많아 일단. 삼성에서 여자 사원이 많을 것 같애 남자 사원이 많을 것 같애? 여자 사원이 압도적으로 많아. 왜? 1, 2 급 사원 다 여자야. 응? 니네가 모르는 세계가 있어.”

62년생 김복자 씨는 여행을 가서도 손주를 돌봐야 한다. 그녀가 애지중지 키운 딸은, 82년생 김지영은 없다는 말로 존재를 부정 당한다. 본인이 겪지 못했기에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신 씨의 저런 사고방식이 숱한 폭력의 역사에 기여했다. 더구나 신 씨는 현실을 왜곡한(삼성전자의 2019년 공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여자 사원의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발언으로, 복자 씨의 손녀에게는 여성에 대해 뒤틀린 시각을 가진 남성이 많은 세상을 물려주려 한다.

또, 신 씨는 극단적인 언사로 20대를 싸잡아 비난하고 그들의 부모를 욕하기도 했다.

“니네 진짜 좆 됐어. 나는 진짜 나는 20대 강연은 웬만하면 가거든. 존나 병신들만 있는 것 같애. 아니 니네 잘못은 아니야. 교수 새끼들을 죽여야 돼. 니네 엄마 아빠 잘못이야, 니네를 쓰레기로 키운 건. 내가 부모잖아? 다 부모 잘못이야. 니들 잘못은 없어. 니들이 뭘 알겠니?”

신 씨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만 찾다보니까 타인을 조금도 배려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뒤틀린 생각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뱉는 것 아닐까?

한편, 신 씨는 이 같은 막말이 지탄을 받자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YOKTIST라는 글자가 박힌 옷을 입고, “나는 앞으로 욕을 예술의 경지까지 올릴 예정이다. 욕쟁이 할머니를 넘어선 ‘욕티스트’로 완성되고 싶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와 보는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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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궁지에 몰린 신 씨는 다시 ‘개념 주례사’ 영상을 여기저기 광고하며 이미지 세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본색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편, ‘개념 주례사’의 신랑이었던 이웅구 씨는 결혼 생활 2년 만에 주례로 데뷔해 ‘충격 개념 주례사’ 영상을 찍어 올려 실소를 자아냈다.

한편, ‘개념 주례사’의 신랑이었던 이웅구 씨는 결혼 생활 2년 만에 주례로 데뷔해 ‘충격 개념 주례사’ 영상을 찍어 올려 실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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