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공부법? 완벽한 도용법!

이 책은 출간 2년 만에 100쇄, 누적 20만 부를 찍으며 대히트했다.

이 책은 출간 2년 만에 100쇄, 누적 20만 부를 찍으며 대히트했다.

<완벽한 공부법>(2017.1.6., 로크미디어)은 고영성/신영준이 공저한 첫 책으로서 두 사람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주었다. 그런데 신영준의 전작인 <빅보카>가 불과 5개월 전(2016.7.22.), 고영성의 전작인 <부모공부>가 불과 4개월 전(2016.8.25.)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그 짧은 기간동안에 방대한(516쪽) 분량의 책을 과연 제대로 쓸 수 있었을까?

고영성, 신영준의 출간 이력

도서사기감시단은 다음 세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완벽한 공부법>을 살펴보았다.

  1. 과연 독창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까?

  2. 인용 표시한 원전에는 없는 숫자들의 정체는?

  3. 곳곳에서 드러나는 Ctrl+C, Ctrl+V의 흔적

1. 독창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까?

대법원 판례(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는 인용의 '정당한 범위'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다.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즉, 인용한 내용이 책에서 부수적 역할을 했는지가 정당한 인용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완벽한 공부법> 11장을 조사한 결과, 무단전재와 인용이 73%나 차지하고 ‘창작’은 27%에 불과해 <일취월장>과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우리는 양적인 주종관계는 명확하다(즉, 피인용저작물이 주를 이룬다)고 보고, 질적인 주종관계를 따져보기로 했다.

<완벽한 공부법>에서 인용한 부분을 모두 제외하고 봤을 때도 저자의 독창적인 표현이 인정될까?

<완벽한 공부법> 11장의 첫 4,012자는 모두 다른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24번째 단락에 가서야 저자가 직접 쓴 부분이 나온다.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발표할 때 그는 그날 3개의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아이팟, 새로운 휴대폰,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케이터였다. ‘새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긴 했지만 ‘혁신’이라는 명함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왜냐하면, 이미 기존에 있던 제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는 3개의 제품이 아니었다. 이 3개의 제품이 통합된 단 하나의 제품이었다. 그것이 아이폰이다. 다시 말해 아이폰은 기존에 없던 것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하리라 생각했던 것들을 애플만의 방식으로 연결한 제품이었다. 그래서 잡스는 멋쩍어하며 “그냥 연결한 것뿐이야. 거창한 게 아닌데 말이지.”라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2007년 맥월드 엑스포에서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던 장면은 당시 각종 매체를 도배했으며 그 후로도 식상하리만치 반복해서 다뤄진 얘기다. 한편, 잡스가 “창의성은 단지 사물을 잇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1996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였다. 여기저기서 인용한 것들을 억지로 꿰맞추려다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 그 다음 단락을 보자.

그래서 창의성의 첫 번째 태도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기 위해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세다. 우리 책 또한 ‘공부법’과는 거리가 먼 책이나 논문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 상당히 많다. 그런 내용이 ‘공부법’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연결이 되었을 때 창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앞에서 인용했던 부분을 단순히 동어반복하면서, <완벽한 공부법>에 대한 자화자찬을 덧붙였다. 그 다음 단락을 보자.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는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무언가를 ‘연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진공 상태에서 무언가를 연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무언가를 ‘연결’하려면 ‘무언가’가 필요하다. 연결에 필요한 재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통찰을 담고 있기는커녕 단순한 말장난으로 생각되지 않는가? 그리고 27번째 단락부터는 다시 6,271자에 걸쳐 인용한 부분이 계속된다. 도저히 독창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없다.


저자의 고유한 주장이 있고 그것의 핵심 줄기가 인용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면, 인용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공부법>을 비롯한 고영성/신영준의 책에서는 인용된 파편들이 단지 겉돌 뿐이다.

이들은 주로 에피소드를 인용하는데, 특정 키워드에 맞는 에피소드를 한두 개 정해놓고 단편적으로 대입하다 보니 똑같은 에피소드가 여러 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들의 책에서 ‘창의성’하면 항상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원래 스티븐 존슨의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 있던 것인데,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고영성의 뒤죽박죽 경영상식>,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부모공부>, <우리아이 낭독혁명>, <일취월장>에까지 무려 7차례 반복 등장한다. 게다가 패러프레이징을 몇 차례 거치면서 원전의 내용까지 뒤죽박죽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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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에 '아일랜드'를 떠올리고, '파란색'에 '외롭다'를 떠올린다는 것이 원전의 내용이지만, 고영성/신영준은 패러프레이징을 하다가 '아일랜드'와 '외롭다'를 뒤섞어 버린다.

2. 인용 표시한 원전에는 나오지 않는 숫자들

<일취월장>에 비해 <완벽한 공부법>의 참고문헌 목록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해외 학술 논문 여러 편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영성/신영준은 출처라고 표시한 논문이 아니라, 그것을 소개한 책이나 신문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완벽한 공부법>의 다음 단락은 크루거의 1999년 논문을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코넬대학의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 교수는 1999년 논문을 통해 유머 감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을 고안해 냈다 [28]. (중략) 실제 유머 감각이 높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은 코미디언들의 평가와 78퍼센트가 같았다. 하지만 하위 25퍼센트의 유머 감각이 없는 학생들은 재미없는 이야기 중 56퍼센트나 재미있다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코미디언들의 평가와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28] Justin Kruger, et al., <Unskilled and Unaware of i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999.

정작 해당 논문에는 78퍼센트니 56퍼센트니 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한편, 차브리스/사이먼스가 공저한 책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실력이 부족한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Unskilled and Unaware of It)>이라는 제목의 재기 넘치는 논문에서 코넬 대학교 사회 심리학자인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은 (중략) 테스트의 고득점자들은 이야기의 재미 여부에 대해서 코미디언들의 생각과 78퍼센트 일치했다. 저득점자들(유머 감각 테스트 실험참가자 중 하위 25퍼센트)은 코미디언들의 의견과 같은 때보다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중 겨우 44퍼센트만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재미없는 이야기 중 56퍼센트를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11].
[11] These percentages were constructed from additional information provided by Justin Kruger (personal communication, January 24, 2009).

즉, 78%, 56%와 같은 숫자들은 크루거의 1999년 논문에 나오는 게 아니라, 차브리스/사이먼스가 2009년에야 크루거한테 물어봐서 알아낸 것이다. 그러니 고영성/신영준이 크루거의 1999년 논문을 출처로 밝힌 것은 허위이고, 실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도용한 것이다.

굳이 읽어보지도 않은 논문들을 인용했다고 표시한 것은, 고영성/신영준이 마치 전문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3. 곳곳에서 드러나는 Ctrl+C, Ctrl+V의 흔적

<완벽한 공부법>에는 고영성/신영준이 ‘집필’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단서들이 숨어 있다. 그 중 하나가 인명 표기가 왔다갔다하는 점이다. <완벽한 공부법>의 2장에서는 불과 몇 줄 사이에 '카너먼'이 '커너먼'이 됐다가 다시 '카너먼'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완벽한 공부법>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1979년 행동경제학의 시초가 되는 이론을 발표한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중략)

커너먼은 책에서 우리는 두 가지 시스템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스템 1: 감각과 기억을 이용하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을 평가한다. 무의식적이고 순간적이며 즉각적이다.

시스템 2: 의식적 분석과 추론 같은 느린 과정이다. 선택과 자기 통제를 전담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이다. 시스템 1은 ‘thinking fast’로 빠르게 생각하기, 시스템 2는 ‘thinking slow’로 느리게 생각하기를 말하는데, 카너먼은 이 두 가지 생각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설명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고영성의 전작인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79년 행동경제학의 시초가 되는 이론을 발표한 후 큰 관심을 받았다. (중략)

커너먼은 우리는 2가지 시스템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스템 1: 거의, 혹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발적인 통제에 대한 감각 없이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한다.

시스템 2: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 관심이 요구되는,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에 관심을 할당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이다. 시스템 1은 ‘thinking fast’로 빠르게 생각하기, 시스템 2는 ‘thinking slow’로 느리게 생각하기를 말하는데, 카너먼은 이 2가지 생각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설명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 있는 얘기를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에서 인용한 다음에, 이를 <완벽한 공부법>에서 재탕한 것은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런데 어떻게 2년의 시차를 두고 출간된 두 책에서 똑같은 인명 표기 실수가 반복될까?

그것은 고영성/신영준이 문자 그대로 Ctrl+C, Ctrl+V로 책을 쓰기 때문이다. <완벽한 공부법>을 쓸 때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를 보면서 최소한 다시 타이핑 하기라도 했다면, 카너먼-커너먼-카너먼으로 널뛰기하는 것을 놓칠 리가 없다.

말장난 같은 패러프레이징을 제외하면 두 버전의 차이는 시스템 1, 2를 설명하는 문장이 유일하다. <명저, 비즈니스에 답하다>는 <생각에 관한 생각>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고, <완벽한 공부법>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설한 것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그대로 옮겨서 그렇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도서사기감시단이 내린 결론은, <완벽한 공부법>은 <일취월장> 못지 않게 표절과 저작권 침해로 뒤덮인 책이라는 것이다.

아래 링크된 영상에서 <완벽한 공부법>과 <일취월장>의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문제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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